바빳다. 그동안 책이 한권 나왔고, 갖가지 프로젝트를 끝냈다. 일부러 영화를 멀리할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필요도 없었던 것이 나에게 그럴만한 자극을 주는 영화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것도 사실이었다. 또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기 직전 부산영화제를 다녀왔다. 간만에 영화제 방문은 부산의 거대한 대문이 주는 화려함속에 알맹이는 턱없이 부족한 경험을 가지고 돌아왔다. 다섯편의 영화중 세편의 영화는 초반부에 자리에서 일어섰고, 마지막 기대작 한편은 끝까지는 보았으나 끝까지 본사실을 괴로워 해야하는 상황까지 처했었다.
영화 <BIUTIFUL>의 제목은 얼핏 '인생은 아름다워'의 그 무엇을 예상하게한다. 근데 왜 'Beautiful' 이 아닌가. 오로지 그 이유 때문만인가.
바르셀로나의 매우 초라한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이 이야기는 욱스발이라는 애처로운 한남자의 병을 알리며 시작된다. 전립선암을 선고받고 얼마뒤에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 남자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의 남편이다. 하는일이라곤 길거리 아프리카 불법 체류 노점상의 뒤를 봐주면서, 중국사업가의 브로커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 남자가 가진 한가지 능력. 죽은자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게끔 만드는 능력을 이 옥스발이라는 남자는 가지고 있다.
얼핏 영화는 죽음을 앞둔 한 가장의 처참한 모습을 매우 디테일한 영상과 묵직한 대사로 표현함으로써 애잔한 부성애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렇게만 영화를 보아도 무방하나 온전히 그렇게만 본다면 이토록 무수한 단서를 곳곳에 뿌려놓은 감독이 매우 슬퍼할것이 틀림 없기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표면적인것과 내면적인것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 해본다.
이포스팅은 영화적 감상을 적은 리뷰라기 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데에 주력하고자 한다.
우선 욱스발은 어째서 영적인 능력을 소유 하고 있으며 그것은 영화안에서 어떠한 효과를 내는가.
전립선 암을 선고받은 욱스발은 한 가정의 남자다. 헌데 죽은자들과 자신이 통하는걸로 봐서 죽음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어렴풋 알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죽음'이 '포기'로써의 기능을 완벽히 잃는 순간이다. 쉽게 죽을 수조차 없는 순간을 맞은 이남자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가. 이것은 그 남자가 처한 상황을 더욱 묵직하게 표현하는 영화의 표면적설정이다.
욱스발은 중국인 사업가에게 신뢰받는 브로커이자 세네갈 불법체류자들을 진심을 다해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한가정에선 믿음직한 좋은 아버지이고, 우울증에 걸린 아내에겐 과거 자신의 과오에대해 용서를 빌고 싶은 남편이다. 심지어 가족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겐 그 가족을 '좋은곳'으로 보내주는 심령사이기 까지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하나다. 이 남자가 필요하다는 것. 유색인, 백인, 흑인, 산자와 죽은자 그 중심에 이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남자가 초인적인 모습은 아니다. 상처를 주고 상처받으며, 위로를 해주지만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그 영적인 능력을 통해 돈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꿋꿋히 돈을 챙기는 그는 오류투성이다. 죽은자에게 '구원'을 해주며 돈을 챙기는 모습에서 그는 '종교'의 한 단편을 보여준다.
'종교'에 관한 이냐리투에 대한 시각.
그 자체가 '종교'라고 가정한다면 이야기는 쉽게 풀려나간다. 중국인들은 지하에서 일을 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는데 그들의 몰살이유의 근원이 바로 그들을 도와주려고 했던 욱스발에게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그의 존재가 그 파멸의 근원이유이다. 그가 없었다면 그들의 죽음도 없었다. 그는 강한 죄책감에 아내, 자식과의 약속을 뒤로하고 자신을 본능에 맡기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는 전립선암에 걸린 성불구자기때문이다.
성적능력을 잃어버린 욕망자체만 존재하는 그것. 타인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그것. 자신의 잘못을 알고 언제나 죄책감속에 있지만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 이타심과 이기심이 공존하는 그것. 식탁위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강압적으로 가르치면서 정작 '아름다움'이라는 그 본질의 단어조차 잘못가르쳐 주는 그것.
아내는 누구인가.
그와 애증관계를 갖으며 불안한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며 말만많고, 다짐만 많다.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즐기고 싶기도 하다. 감독은 아내를 통해 현재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본능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다. 하늘위에 별을 보며 낭만을 이야기하지만 그안에 불안함이 낭만조차 애처롭게 만든다. 그녀는 간혹 그 남자에게 배신당한다 느끼고, 그남자의 반지를 내던지면서 자신을 버리지 말라달라고 애원 한다. 종교에게 외면당하고 종교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보다듬어 달라고 기도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도 그녀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눈이 있는 곳'에 대한 의미.
우리는 모두 '천국'을 가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천국에 가기위해 삶을 버리라고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마테오가 눈이있는 곳에 가보지도 않고 좋은곳이라고 규정해놓은 것 처럼 우리는 천국에 가보지도 않고 마냥 좋은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모든 것은 천국의 존재유무를 떠나 우리 모두 '죽음'앞에선 한없이 약하기 때문일것이다. '죽음'의 공포를 지우기 위해 '천국'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사후세계'는 간혹 설레이지만 그래도 두려움이 먼저다.
오프닝, 눈밭에서 살기를 띄며 다가오는 한 남자는 담배한대를 주며 이 남자를 안심시키고 그의 아버지임을 암시한다. 첫장면에 남자는 위협적이었다면 마지막의 이 남자는 따뜻하다. 원래 그곳은 무시무시한 바다소리가 나는 공간이었다 설명하나 현재 그곳은 새하얀 눈밭뿐이다. 예상 불가능. 그리고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또다른 알수없는 공간으로 그를 차분하게 인도한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영속성.
욱스발은 죽음앞에서 딸에게 반지를 건네준다. 여기서 다이아몬드 반지는 아내, 즉 인간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종교 그 자체의 고유한 가치처럼 보인다. 이 부분에서 감독은 종교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종교자체가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고유한 가치 덕택에 그래도 비틀거리지만 우리 삶에서 종교는 영속적이 될거라 암시한다.
이 외에도 감독은 생과 사의 중심에서 그 안에 '존재한다고 의심되는' 그 모든 것들을 한 남자와 그 주변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삶을 이야기 하면서 죽음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고, 죽음을 이야기면서 종교를 빼놓을 수 없다는 듯 그의, 혹은 그것의 존재를 강조한다.
나는 영화를 본후 <밀양>과 <시리어스맨>이 떠올랐다. 신을 인정할 수 없지만 딱히 부정조차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 삶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이냐리투는 차분히 한 남자의 삶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 그 모든 것들을 압축시키려 노력했다. 곧, 우리 삶 자체가 종교이자 우주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우리의 가장 밀접한 삶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처럼보인다. 하지만 이냐리투는 이 모든것들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것은 말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은 그가 직접 영화에 대해 밝힌 한 문단으로 이 포스팅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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