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할머니 댁에 가는 중이었다.
그 할머니가 우리 친할머니인지 아니면 고모할머니 인지 어떤 할머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가족 모두들 그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내가 전에 자주 찾아뵈었었던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그럼 내가 가야지뭐, 내가 전에 그 할머니 자주 찾아뵈었었던 것 같거든.'
이란 말을 중얼거리면서 짐을 챙겼다.
내 주변에는 내가 너를 키웠다 했던 이모들이 아무말 없이 나를 지켜보고있었고, 언제나 무서웠던 나의 삼촌은 나의 등을 두드리며 잘 다녀오라 하셨다. 삼촌은 그렇게 내 등을 두드리곤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지셨다.
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역으로 가서 그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그렇게 전철을 탔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 할머니가 사는 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나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밖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방에 넣어둔 나의 튼튼한 우산을 챙기고 있었고, 그렇게 주섬주섬 우산을 챙기던 중 내앞에 두명의 검은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들은 나의 먼 사촌동생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걱정이 돼서 따라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들은 그 할머니를 잘 모르니 어떤말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그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할머니 굉장히 친절하다 내가 전에 만나봐서 안다 걱정하지말고 나만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역을 나섰다.
역에서 위로 올라서자 마자 우리 셋은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산을 펴고, 비를 피하기 위해 애썻지만 아무소용 없었다. 바람은 우리를 거침없이 흔들었고, 우리의 우산은 곧 거꾸로 뒤집히며 우리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를 더욱 힘들게 했던건 폭풍우가 아니라 우리앞에 있던 여고생들로 보이는 한학급가량의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힘겹게 걸어오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중 몇몇은 딱한듯, 그중 몇몇은 비웃듯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힘겹게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비를 피하고 있던중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여고생들을 바라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뻣고, 예뻣으며, 예뻣다. 그들이 폭풍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걸 눈치를 챈것은 그녀들의 옷이 비에 흠뻑젖어 그녀들의 몸 구석구석을 비치고 있음을 알았던 그 순간 부터였다.
바로 그때 였다.
그 무리들 중 한 여인은 비를 흠뻑 맞은 자신의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흐느적 거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하나둘 옷을 벗곤 이내 알몸이 되어 자신의 몸을 폭풍우에 맡긴듯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폭풍우는 그녀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땐 그녀는 이미 하늘로 떠오른 상태였다.
그렇게 그녀는 검은 하늘로 떠올랐다.
어쩔수 없이, 어쩔수 없었던 것인지, 의도했듯이, 의도했었던 것인지, 때가 된듯이, 때가 되었었던 것인지 모르게 그녀는 그렇게 어두운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다. 가기 싫다고 가기 싫다고 괴성을 지르는 그녀의 몸은 이미 하늘 한가운데로 떠올랐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도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의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안았으며, 꽉 쥐고 있었던 그녀의 두 손은 희미하게 풀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검은 하늘의 뜻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었다.
어디서 누군가 외쳤다.
"악녀다."
악녀다. 저건 악녀다. 저 악녀를 하늘이 결국 데리고 떠난다. 고 사람들은 그녀를 비난하며 돌을 던지고, 욕을 하고 침을 뱉었다. 칼을 힘껏 던져도 닿지 않을 곳에 그녀가 떠오른 후 하늘엔 무시무시한 먹구름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뻣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알게되었다.
저건 한때 내맘을 설레이게 했던 그녀다. 저건 나를 한때 설레이게 했던 그녀잖아. 저건 한때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던 그녀예요. 다들 그 돌을 던지지 말아주세요. 다들 침을 뱉지 말아주세요. 사람들은 나를 한번 흘겨 보더니 저놈이다, 저놈에게 돌을 던져라, 그녀에게 닿지 않았던 돌과 침과 칼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그 많은 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그녀의 고통스러워 하며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그 오랜 기다림에 바라본 그녀의 뒷모습은 어느때와 다름없이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에 뛰고 있던 나의 심장은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건 예전 설레임의 심장박동이 아니라 어서꺼지라, 어서당장 이곳에서 꺼져버려라 하는 정체를 알수 없는 두려움의 심장박동이었다. 나는 악녀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의 나체를 보곤 몸서리쳐 울었다. 나는 내 손과 발이 내 힘으론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는걸 알았다. 나는 허공에 떠있는 그녀를 향해 침을 뱉었다. 퉤, 그리곤 그렇게 떠나가는 그녀를 보며 몸서리쳐 울었다. 그렇게 나는 몸서리쳐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악녀는 나의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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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개봉일까지 어찌 기다릴지 목이 다 타들어갑니다. ^^;;;
2009/05/21 11:41 [ ADDR : EDIT/ DEL : REPLY ]버릴미장센이하나도없습니다
2009/05/21 11:5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