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어머니는 정확히 10시 17분경 벨을 누르셨기 때문에, 나는 9시 45분 MBC 스포츠 뉴스가 끝이나면 그 때부터 이제나 저제나 시계한번 바라보고 초인종한번 바라보고를 몇번이나 반복했다. 가끔 어머니가 사오시던 순대에 나는 열광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사주셨던 양념통닭으로 세상을 다가진 기쁨을 맛보았다. 그 때 먹었던 그 통닭 맛을 지금 느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내가 기다렸던 것은 야식이 아니라 어머니의 포근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우리집은 맞벌이 부모님 덕택에 나는 늘상 집에서 혼자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낙을 삼았는데, 그 때 이야기를 어머니께 하면 당장 그런얘긴 집어치우라며 눈물을 보이시지만 나는 그 때 그 감정이 외로움인 줄은 당시엔 전혀 몰랐다. 당시 내 바램은 단순하게 엄마가 빨리왔음 좋겠다. 였다. 그 모습이 어른들이 볼땐 그렇게 딱해 보일 수가 없는 거다.
영화는 리사의 가정환경을 먼저 보여준다. 프랑스의 노동계급. 싱글맘인 케이티는 사랑하는 리사와 함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파코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동거를 하기 시작한다. 낯선 남자의 등장. 엄마의 갑작스런 임신. 리사의 외로움은 거기서 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엄마 케이티의 임신의 과정 없이 바로 리키라는 아이의 탄생으로 넘어간다. 아이는 어느날 부터 등에 멍이 들기 시작하고 당연스럽게 파코의 짓이라고 생각한 케이티는 파코를 다그치게 된다. 파코는 집을 나가게 되고, 엄마와 리사는 결국 동생 리키와 셋이서 살게 된다. 하지만 그 멍자국은 리키의 날개가 자라나는 표시였고, 그렇게 리키는 날개를 갖고 태어나 하늘을 날아 멀리 멀리 떠나간다.는 이야기다.
언듯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이 프랑소와 오종의 이야기는 사실 씹어 볼 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씹느냐'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리사라는 아이의 판타지다.
낯선 남자의 등장으로 리사는 본능적으로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아마 새 아이가 태어나면 더욱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리사는 새 아이의 탄생이 얄미운 동생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 자신의 또 다른 자아, 혹은 바램을 동생의 형상으로 투영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리키 자체가 리사의 또 다른 모습인 거다. 이 부분 때문에 영화가 매우 귀여우면서 따뜻해진다. 결국,
'내 동생이 날개가 달렸다.' 가 아니고, '내가 만약 날개가 달린다면?' 인거다.
가족 모두에게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은 이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가정에 커다란 이벤트가 생기는 일이다. 그것은 다시말하면 이 가정에 행운이 올 수도 있다는 암시인거다! (그래서 그들은 갑작스럽게 로또에도 맞게 된다.) 이 행운(Lucky) 모두 다 리키(Ricky)때문이지! 그렇지? Risa? 하루하루가 너무나 익사이팅해지면서 설레여온다. 누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엄마와 리사의 관계는 더욱더 끈끈해 진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된다. 이건 엄마와 리사 둘만의 비밀이니까!
리키의 날개가 점점 자라나니 여기저기 온통 리키의 소문으로 난리가 났다. 그렇게 지나친 관심을 받게 된 리키. 이 부분에서 리사는 갈등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란 좋은 것 일까. 나쁜 것일까.'
리사는 어린 동생의 날개를 자르려고 시도한다. 어떻게 하지. 어린아이는 갈등한다. 매스컴에서 연락이 오고, 기자들이 죽치고 집앞에 진을 치고 있다. 결국 매스컴에 공개하기로 한 엄마는 공개도중 실수로 리키를 놓치게 된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리키뒤에서 리사는,
'날아라! 리키!'
라고 소리친다. 수 많은 어른들을 조롱하는 리사의 이 외침으로 장난기 많은 한 어린아이의 상상력이 마무리 된다. 진심으로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리사는 물가에서 리키를 찾는 엄마의 모습으로 자신의 바램을 대신한다. 진심 가득한 눈물을 흘리며, 내가 잘못했다. 그 동안 너에게 너무나 무심했다. 하는 진심어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천사같은 모습을 한 리키의 모습을 대신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리사의 바램.
엄마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리사의 등뒤 날개뼈를 꽉 움켜쥐며 사랑을 표현하고, 리사는 엄마의 뜨거운 사랑의 표현을 받게 된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단순히 질투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을 아기 천사라는 개체에 빗대어 하고 있다는 부분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현실을 나쁘게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저 아이의 순수한 그 마음이 지금 성인이 된 내가 보기엔 그렇게 딱해 보일 수 가 없었다.
영화는 결국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 모두 천사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라고 외치는 듯 하다. 애들이 날개라도 달려야 관심을 가져 줄껍니까? 하며 비아냥 거리는 듯 하다. 그 비아냥이 직접적인 비아냥이 아닌 아이의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 너무도 순수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외침의 호소력은 농도가 더욱 깊고 진하다.
프랑소와 오종은 이번 영화로 인해 조금 더 자신의 입지를 굳히게 된 것 같다. 꼭 조금씩 어딘가 부족했던 과거에 비해 이번영화는 가족애의 대한 통찰과 그에 맞게 따뜻하면서도 진지한 연출력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며 부디 이렇게 '씹을' 수록 재밌는 이 영화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2월 4일 개봉.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