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몸이 너무 안좋아져서 오늘 하루 해야할 일들을 모두 취소시켰다. 어쩔수 없이 컴퓨터에 앉게 되었는데 지나간 사진들을 훌훌 넘기다 다즐링 주식회사의 스틸사진이 눈에 띄었다. 이사진은 작년만큼은 아니더라도 가급적 영화를 멀리하고 리뷰는 더더욱 멀리하자라는 아무도 신경쓰지않는 그저그런 개인적인 구호와 함께 그냥 그렇게 남겨두었던 사진인듯 싶었다.
오늘의 계획과 함께 올해의 계획 역시 조금은 미뤄두고 조심스럽게 리뷰를 하나 남겨본다.
다즐링주식회사는 로드무비다.
여행을 하면서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3명의 형제들의 이야기정도의 간단한 형식을 취하는동시에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본 아시아에 대한 알 수없는 이질감으로 부터 이 영화는 시작한다.
아시아인들의 시각에서 본 유럽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본 아시아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진짜 아시아인들, 유럽인들의 모습일까?
각각의 개인적차이는 있겠지만, 나름데로 각 인종에 대한 편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이탈리아인이 바라보는 독일인은 어떤모습일까.
독일인이 바라보는 이탈리아인은 어떤모습일까.
긍정론자들이 바라보는 염세주의자는 어떤모습일까.
염세주의자들이 바라보는 여성편력증자는 어떤모습일까.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자는 어떤모습일까.
를 질문함으로써 철저히 각각의 캐릭터를 타자화 시켜 보는이들로 하여금
'얌마, 결국 니나 니나 갸나 너나 다 똑같았응겨..아주 꼴갑에 웃기고들있다..'
라는 조소섞인 시각을 관객에게 유도한다.
이렇게 조소를 날려주다가 감독은 관객에게 한번더 질문한다.
당신은 그럼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받을 만한 존재인가?
영화내에선 자신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A와 B와 C가 있다. A,B,C는 가족이지만 완벽한 개인이고, 이말은 곧 아무리 가족이라도 나외에 다른 사람들은 완벽한 타인이라는 말이된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내가 중요하다. 그렇게 A안에서 B는 무시당하고, B안에서 C는 의심받는다. 그렇게 C는 A를 무시하면서 A와 B와 C는 서로를 비웃으며 서로를 위안한다. 감독은 이런 면면들이 이 세주인공들만의 특징이 아니라 현재 우리인간 전반에 걸쳐 직면해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근거없는 독단과 오만, 생각의 게으름, 편협함과 몰이해, 자문화의 우월감, 고민의 부족은 작게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부터 넓게는 인류전체가 처해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감독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 한가지 더,
그럼 도대체 뭐가 맞는가.
내가 보는 내가 맞는가.
아니면 타인이 보는 내가 맞는가.
맞다는게 있긴한건가.
이렇게 산다는 건 뭔가.
죽음은 또 뭔가.
우리는 도대체 뭔가.
나는 도대체 뭔가.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결국 주인공들은 우연치않은 죽음의 체험을 통해서 아무리 특별하고, 상황이 다르고, 세계가 다르고, 문화가 다를지 언정 인간은 결국 남게되는 하나의 고민. 즉, 우리는 삶이라는 하나의 공식안에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고, 인간이라면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 다시말하면, 우리 모두 아무리 잘나가던 못나가던 게이던 레즈비언이던 아시아인이던 유럽인이던 모두 각각의 다즐링 주식회사의 기차를 타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는 끝으로 이 세 형제의 공동적인 기억인 '아버지의 장례식'을 공유하면서 서로 우리는 너무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고 결론을 짓는다.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던 관계조차 결국 하나의 공동체로써 이해되고 통합될 수 있다 믿는다. 각각 개인적으로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대해 앞서 두려워 하고,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등을 안고 살고있음을 인식하고 이젠 지난날의 고통과 상처의 기억인 이 무거운 짐들은 모두 던져버리고 새로운 다즐링 주식회사를 타고 가자는 매우 깔끔한 엔딩이다.
영화를 보다 내내 마음에 남겨져 어딘가 짭쪼롬한 느낌을 받은 것은 바로 이 부분, 이 영화의 이런 결론 때문이었다.
19세기 전반에걸쳐 지식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철학적 사유와 인본주의적 관점을 통해 이 세계의 아이러니함을 풍자와 해학으로 해석하는 문학과 영화가 이젠 마치 유행처럼 번져 아주 가까운 작품에서도 대중과 접하고있다.
나는 이런 풍자와 해학을 빌미로 인간전반의 근본적 '과제'인, 인간의 뿌리에 대한 '고민'마져 은근슬쩍 '결론'내어 버리는 감독의 방법론에 대해 몇가지 의구심을 품게되었다.
첫째로 풍자와 해학을 적절하게 잘사용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풍자와 해학의 강점은 대중에게 웃음을 주면서 쉽게 자신의 메세지를 주입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는 반면 그렇기 때문에 그 사상은 깊이있는 고민과 객관적 팩트의 포함이라는 매우어려운 대전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이것들이 충족되어야 풍자와 해학으로써의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것이 유행처럼 번진 요즘 마치 의식 있는 지식인은 풍자와 해학에 능통한 것으로 비춰지고 그들의 성향을 따라 무신론자가 되고, 정치적으론 급진적이어야 하고, 그들이 말하는 이탈리안은 매우 오만하고 독일인은 무식하고 단순하고 교활하다는 잘못된 편협성만이 대중에게 남겨진다면 이것이 바로 풍자와 해학의 남용으로 빚어낸 아쉬운 결과일 것이다. 같은맥락으로, 현대 지식인들이 반미주의를 지향하는 것 때문에 왜 반미인지도 모른채 지금 어린세대들이 미국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지식의 홍수의 단면이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자잘하게 깔려있는 소재들중 하나에 불과한 독일인을 보는 관점을 관객이 크게 오역하게 될리 만무하다. 영화내 독일인에 대한 장면은 매우 적기도 적지만 그 장면하나하나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미 유럽영화와 문학 전반적으로 독일인을 싫어하고 그것을 작품속에 노골적으로 표면화하는 것은 반미만큼 흔한일이기 때문에 관객역시 그리 큰일로 받아드리지 않게 되버렸다. 하지만 끊임 없이 새롭게 생산되는 대중은 이런 무의식적으로나마 유입되는 잘못된 지식의 홍수를 항상 경계해야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둘째로 이들은 정말 고찰했는가 하는 문제다. 내가 직접 고찰하는것과 남들이 해놓은 고찰을 '공감'하는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고 넓다. 이 영화완 거리가 있는 문제이지만 완전히 상관없다고는 할 수없는 종교적인 문제로 들어가서, 현재 무신론자라고 떳떳히 주장하는 이들에게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힘들지만,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봐."라고 하면 "신이 있다는 것이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은 없다."라는 턱없이 부실한 논리만 내놓거나 저런 논리를 만들어낼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현상으로써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로 현상으로써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뭐 꼭, 비트겐슈타인을 빌려서 이 영화는 결론지어지면 안된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식의 무게와 시도에 비해 결론은 지나치게 실존적이지 않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세번째, 교훈적태도로의 시선변화를 할 필요가 있었느냐다. 근본적 인간의 탐구형식의 질문을 영화전반에 제시해 놓았다면 영화후반엔 같이 고찰해보자로 끝을 맺어야 영화전반에 나오는 풍자와 해학역시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해학과 풍자로써 이해되게끔하는 여지를 줄 수 있었을 텐데 후반부에 그 질문에 대한 진리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 나름의 교훈적 입장을 취하는 감독의 태도 덕분에 앞부분의 풍자와 해학적 시선까지도 대중적입장에서 봤을땐 유머로써 끝나는 것이아닌 하나의 팩트로써 받아드리게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깔려있다는 부분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관객중 하나가 가슴뜨겁게 자리를 털고일어나 '아나오늘와방깨닳았어!!' 라고 외치는 관객이 있다면 사실 그걸로써 이영화는 반쯤 성공했다고 보면 되지만 더 넓은 가능성과 더 많은 기회를 마지막에 남겨두고, 감독자체 역시 나나 관객들이나 똑같이 고민하는 사람중 하나.라고 끝을냈으면 영화내내 깔려있는 풍자와 해학들이 더욱 세련되게 보였을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더 깊이있게 고민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게 감독이 진짜 바라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푸념섞인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감독말에 따르면 우리내 인생사 다 부질없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봤자 결국 모두 다즐링 주식회사의 기차를 타고 살아갈진데도 그와중에 나는 얼마나 더 잘 살아보겠다고 다크나이트도 못보고, 월-E도 못보고 좋다는 작품 마다마다 놓치고 못보고 있냐는 거다.
하루빨리 좋은작품을 보면 바로바로 리뷰할 수 있고, 좋지않은 작품을 보면 욕싸지르게되는 날. 즉, 이렇게 때지난 영화 리뷰나 하면서 신세한탄하는 날을 청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감기몸살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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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왠 신세 한탄이신 건가요. ^^;
2008/09/15 19:42 [ ADDR : EDIT/ DEL : REPLY ]좋은 작품 바로바로 보고 글도 쓰고 하시는 날
하루속히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2008/09/16 17:29 [ ADDR : EDIT/ DEL ]하루하루 더 좋은 날이 오겠지 오겠지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바쁘신데 감기 녀석까지 발목을 잡았군요. 에구.
2008/09/16 08:07 [ ADDR : EDIT/ DEL : REPLY ]좋은 영화들도 많이 개봉하고, 그것들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좋은 글도 많이 쓰는 좋은 날들을
하루속히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신어지님 버젼이예요. 여기서 뵈니 반가워서.
이건 저도 바라는 바예요.
빨리 감기 떨쳐버리세요. 잘 읽고 갑니다. :)
감기 조심하세요!!
2008/09/17 20:18 [ ADDR : EDIT/ DEL ]어제는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났었는데 오늘은 많이 좋아졌어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읽을수록 제 글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잘 쓰셨네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네요. 특히 세 번째로 지적해주신 부분은 저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건데 글로 잘 정리해주신 거 같아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008/09/16 10:47 [ ADDR : EDIT/ DEL : REPLY ]개인적으로 부분부분 조금 가벼운 요소들이 많이 아쉬웠던 영화였던거 같아요, 나중에 알았는데 마크제이콥스가 디자인했다던 저 가방들과 같이 자꾸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우선 개인적인 리뷰에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클라우제위츠님. 어렵네요.. 클라웈체위츠.. 클라욱쎄위츠..??
2008/09/17 01:04 [ ADDR : EDIT/ DEL ]멍청해서....
클라우제비츠라고 읽으시면 되요. 제 닉네임이 참 어렵죠^^;
2008/09/17 10:45 [ ADDR : EDIT/ DEL ]아새끼들이 겉멋만 잔뜩 들어서 그래...............!!
2008/09/16 18:42 [ ADDR : EDIT/ DEL : REPLY ]아니라곤 말못하지..낄낄낄..
2008/09/17 01:33 [ ADDR : EDIT/ DEL ]저도 요새 감긴가봐요.
2008/09/17 00:20 [ ADDR : EDIT/ DEL : REPLY ]콧물에 재채기에 아우..
자주 글좀 써주세요! 이렇게 잘쓰시면서 썩혀두다니..
비염이십니다.
2008/09/17 01:48 [ ADDR : EDIT/ DEL ]올해유난히 심하신거면 코감기약을 드시고 안정을 취하시고 이런 증상이 2년이상 된거면 만성비염을 의심해봅니다. 만성비염은 현대서양의학으로써도 치료불가능으로 판명이 되었으나 동양의학에 의하면 도라지와 배를 다려서 먹으면 좋습니다. 현재 당장 너무 심해지시면 가까운 약국에 가셔서 코스프레이를 사셔서(약8천원상당) 한쪽코를 막고 나머지 한쪽콧구멍에 칙칙두번뿌리시면 콧물이 멈추면서 일시적으로나마 코가 뻥뚫리는걸 경험하시게 될거라는걸,
알고만 있습니다.
해보시고 좀 알려주세요.
저도 미치겠습니다.
우와!! 엮인글 되어있어서 따라들어와봤습니다.
2008/09/17 00:36 [ ADDR : EDIT/ DEL : REPLY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런 좋은 필력!! 을 가지셨으면,
좀 더 많은 리뷰를 써주시는게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들어와서 정말 맘에 쏙드는 리뷰 보고
("결국 주인공들은 ~ 강조한다" 이부분에서 제대로 감탄했습니다.)
멋진 리뷰 써주심에 대한 감사 남기고 갑니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고 열망하던 세계 평화가 이런 조악한일에서 부터 시작하는 거라면, 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영화나 왕창 볼테다!!!!!!
2008/09/17 01:46 [ ADDR : EDIT/ DEL ]라고 생각할뻔했습니다.
찾아주시고 칭찬의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비밀댓글 입니다
2008/09/17 01:36 [ ADDR : EDIT/ DEL : REPLY ]아이고, 이렇게 표현 해놓으시니 갑자기 또 우드스탁의 미친발광 백도날드댄스와 감칠맛나는 제임스브라운과 함께 마시던 허니브라운이 간절하네요~!!
2008/09/17 01:54 [ ADDR : EDIT/ DEL ]참고로 비밀댓글에 대한 댓글은 비밀댓글기능이 없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__)
너 임마, 점점 더 단단해 지고 있음을 느낀다간다.
2008/09/17 10:34 [ ADDR : EDIT/ DEL : REPLY ]야들야들해지고있어
2008/09/20 16:59 [ ADDR : EDIT/ DEL ]트랙백이 걸려있길래 들렀다 갑니다.
2008/09/17 13:06 [ ADDR : EDIT/ DEL : REPLY ]받아놓고 결국 못 보고 지운 영화인데 이 리뷰보니 후회되네요!!!
볼 걸 그랬어요 ㅋ
글은 저보다 훨씬 잘 쓰시지만
왠지 사고행태가 저랑 유사한 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후다닭
그럼만나야지요
2008/09/20 16:59 [ ADDR : EDIT/ DEL ]수준이 ㅎㄷㄷ 이시네요... (--)(__) 꾸벅~
2008/09/17 20:16 [ ADDR : EDIT/ DEL : REPLY ](--)(__) 칭찬은 나비를 춤추게 하네요.
2008/09/20 17:00 [ ADDR : EDIT/ DEL ]나름 재밌게 봤던 작품인데 이렇게도 해석이 될 수 있군요.
2008/09/17 21:36 [ ADDR : EDIT/ DEL : REPLY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세요~
리뷰 잘읽었어요. 영화본뒤 바로 읽으니 좀더 자세히 글하나하나 와닫네요/ 감사합니다
2009/01/29 11:2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