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사람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질문한다.
"굉장하다. 너는 그사람이 얼마나 좋아?"
대답한다.
"조금 많이 좋은 것 같아."
"그럼, 그걸 양으로 표현한다면 어느정도 되는것 같아?"
"글쎄, 내가 바나나킥을 좋아하는 정도?"
"너는 바나나킥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음, 나는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전날 바나나킥을 한박스사서 바나나킥과 마지막을 함께 할 계획이 있어.."
"어마어마 하구나, 그럼 지구가 멸망한 후에 너가가진 바나나킥에 대한 기억은 너를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너를 힘들게 할까?"
"음.. 당연히..."
이 당연히... 뒤에 이 친구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를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게 이렇다.
사랑이 힘들다는 것은 사랑한만큼의 아픔을 견뎌내야할 용기를 수반하기 때문일테다.
주인공은 플렛폼에서 한여인을 만난다.
레몬향의 이 여인은 무지개빛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능동적이다.
갈색눈의 이 남자는 언제나 덤덤하다. 수동적이다.
둘은 완벽히 다르다.
둘의 공통점은 단한가지,
"이제 이런 내가 지겹다."
그래서 둘은 완벽히 맞다.
서로는 그렇게 서로가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롭다.
챨리카우프만은 이 순간에 자신의 바램을 섞는다.
이 순간 느껴지는 그 설레임을 영원히 가지고 갈 방법.
영화에서 '능동'은 여주인공 클레멘타인(케이트윈슬렛)이 맡고 있다. 무지개 머리색은 그녀의 이런 변화 가득한 성향을 보여주며 플렛폼에서의 접근또한 변화와 능동이 가지고 있는 당돌한 이미지의 함축이다. 반대로, '수동'은 이 클레멘타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유치한 말장난도 눈치챌 수 없는 조엘(짐케리)가 맡고 있으며 수동이 가지고 있는 보수적 이미지의 함축을 그의 삶 곳곳에서 표현한다.
둘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상처받는다.
"이해를 할 수 없다. 도저히, 넌 왜 밤늦게 까지 술마시고 들어오는거지? 혹시 너 다른 남자 만나고 오는거야? 잤어? 넌 남자들한테 하는 인사가 자는거잖아."
"도대체 난 널 이해 할 수가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밖에 미치지 못하니?"
"넌 원래 그런애잖아.."
이 남자, 원래 이런 남자기 때문에 이 여인에게 이런것들이 상처가 되는줄 생각치 못한다.
상처받은 여인은
처음 그 설레임은 모두 사라지고 나에게 남은건 오직 상처라고 판단한다. 그것은 이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아니었다고 결론짓는다.
"지우자."
그래, 지워버리자. 이 여인은 이 기억자체를 지우는 수 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여인은 실제로 기억들을 '지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매우 당돌한 방법이고, 충동적인 방법이다. 그렇다. 이 여자 원래 이런여자다.
이건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사랑한만큼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기억은 끈질기게 이 둘을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어떻게 됐든지 그건 상관없다. 둘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듯 보인다.
그리고 다시 상처받는다.
그리고 또 지운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그리고 또 지운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사람들은 이 끈질긴 기억에 집착을 하는 나머지 영화자체가 매우 고통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고통스러운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려했다기 보다 '행복한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상처를 계속 지울수 있다면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게되는건 결국 처음의 설레임 그 느낌만 남게 되지않을까. 그렇다면 영원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원제)
'결점없는 영원한 빛(사랑,기억)' 이지 않을까.
비록, 사랑했던 기억까지 지우는 작업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설레임을 가지려면 어쩔수 없다.
감독은 마지막으로 주인공 둘이 재회하는 장면을 통해
주춤하는 우리들의 등을 나즈막히 떠미는 듯 싶다.
"모든 사람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한다.
그 상처가 두려워 사랑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상처가 있기에 행복도 있는 것이다.
상처가 없다면 행복도 없다.
여기 두 주인공은 대립한다.
이건 마치 고통과 행복의 대립과 다를게 없다.
하지만 이 둘은 함께 있어야 한다.
둘은 함께 있어야 서로의 존재가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모든 기억은 지워져서도 안되고, 지울 수도 없다."
그렇다.
아픔과 함께 행복이 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영원한 그 무엇'으로 가는 중요한 방법이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우리의 전생의 삶에서 부터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던 끈질긴 기억의 잔상'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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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마지막 눈밭장면과 첫장면에서 나오미를 연상하는 장면의 연관성이 불현듯
2009/01/01 22:13 [ ADDR : EDIT/ DEL : REPLY ]떠오르며 Big감동을 받았는데 무언가 보편적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
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고통스런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행복한 기억"을 이야
기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행복한 기억에 기대어 사랑을 유지하라는 것으로 봐야
할지에는 살짝 의문이 듭니다. 그들은 영화내용상 서로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
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거니까요.
동영상 위의 인용글이 영화대사 중 하나였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
각합니다. 고통과 행복은 함께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중 좋은면만 본다거나,
보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콩깍지 씌었다'라고 이야기하죠.
오히려 기억은 자연스레 자신에게 유리한 방면으로 우리를 이끌고 결국 조엘이 나오
미에 대한 회상에서 "그녀는 나를 사랑했다."라고 말하도록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요? 언젠간, 그 행복으로 포장한 기억마저 사라지는 날이 오기도 하겠지요. 마지막 눈
밭장면에서의 행복한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듯이.
영화는 이제 미셸공드리의 손을 떠났으므로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라는 제목은 저에게 두 가지이면서 하
나이기도 한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는, 코웃음입니다. "훗, 오점없고 영원한게
어딨니?" 다른 하나는, 긍정입니다. "지금. 그 고통. 그 행복. 지금 그 순간이 좋은거고 영원한
거 아니겠니?" 제 블로그 댓글에도 써 놓았지만 사랑의 끝을 알고 있는
그들이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마냥 행복한 사랑, 영원히 하나가
되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여느 영화와 달리, 고통이건 행복이건 현실을 보듬고 나아가
는 성숙한 사랑을 다루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이 영화 왜 이렇게 어렵죠?
암튼 새로운 경험이예요~ 트랙백^^;(블로그 입문자라...;; ) 반갑습니다! ^^
성의 있는 댓글 고맙습니다.
2009/01/02 03:11 [ ADDR : EDIT/ DEL ]그럼 저도 나름 성의 있게 대답 해보겠습니다.
설레임만을 가지고 사랑을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설레임만을 가지고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듯 보입니다.
그들이 다툼이 있은 후에 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방법은 지극히 클레멘타인적이고, 그 행동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조엘역시 조엘스럽지요. 자신은 그 아픔을 감당할 용기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억을 지우려 감행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기억을 지워가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조엘에 집중을 합니다. 반대로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삭제하는 것에 덤덤해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클레멘타인적인 사랑방법인 것이겠지요.(클레멘타인의 기억삭제장면이 나오지 않는이유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이 하려는 말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 보입니다. bina님께서 말씀하신 '결점없는 사랑따윈없다'라고 하는 비웃음일 수 있구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엘에 입을 통해서 이야기 합니다.
클레멘타인이 "나는 또 당신을 삭제할 거예요." 라는 대답에 조엘은 "그래서요..그게 뭐 어때서요.." 라는 말로 모든 것은 결론 지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말은 곧 아프다고 이 좋은걸 하지 말란 거예요?? 라는 말과 같으니까요.
결국, 이거만 있다면, 상처따윈 별거 아니잖아요? 라는 말로 풀이 될 수 있겠죠. 나를 지우면? 그후에 또 사랑하면되죠! 클레멘타인의 방법을 거부합니다. 결국 '결점없는 사랑?' 웃기는 얘기지만 그거도 생각하기 나름아니야? 이런 말일 수도 있구요.
동영상 위에 글귀는 제 나름대로 해석한거예요. ^^
말씀하신 의문이라는 행복에 기대어 사랑을 유지하라는 건 영화자체가 가진 메시지를 떠나 저의 인생의 방법론을 제 자신이 이 영화를 통해서 '극구' 끄집어낸 정도로 해석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기억을 지우고 다시 만나고 하는 것들이 꼭 전생에 사랑을 전생에 사랑인줄 모른채 현실에서 또 다시 만나고 사랑하는 것 처럼 보여서 저는 보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었던 것 같아요.
반갑습니다. ^^
제 의견 역시 제 생활속의 경험과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인식의 총체에서 비롯된..
2009/01/03 01:50 [ ADDR : EDIT/ DEL : REPLY ]뭐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는 언젠가부터 '행복지수'에 민감해졌고 '행복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분명 바꿀 수 있는,
바꿔야 하는 고통 앞에서도 마냥 '행복'이라는 기만적 잣대로 현실을 회피하는
경우를 보게 된 데에서 온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괜한 히스테리를 부리게 되기도
하는 저도 병이예요 ^^ 그래서인지.. 조엘의 "그래서요..그게 뭐 어때서요.."라는
대답은 아픔까지도 감싸 안을 수 있는 행복감을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아픔과 행복의 공존을 암시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거든요.. 제 맘대로 본거죠.. ㅎㅎ
진지한 반응..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어서 다른 영화들에 대한 느낌도 써보고 싶어졌어요~ 또 뵈었으면 좋겠네요 ^^
맞는 말씀이세요.^^
2009/01/03 02:34 [ ADDR : EDIT/ DEL ]하지만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조금 움츠러든 클레멘타인에게 조엘이 "아픔과 행복 두가지 모두 가져갑시다!" 라고 '설득' 하기 보다 "아픔은 잠시 미뤄두고, 행복한것만 보면 안되요? 행복했잖아요~" 라고 '달래'보는쪽이 클레멘타인으로써는 받아드리기 좀더 '수월'해 보여요.. 물론 조엘은 이 두가지(아픔과 행복) 모두 가져가는 어쩌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일 수 있겠구요. 조엘으로써는 아픔과 행복 두가지 모두 지워버리는건 너무 힘든 일이 었음을 절절히 경험 했으니까요..
영화는 모두 자기 맘대로 보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구요.
밑에 이상용평론가가 누군지는 저는 잘 모르는데요, 좋은 글귀까지 옮겨주신 친절함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자주 뵈요~^^
이상용 평론가의 글 중
2009/01/03 02:08 [ ADDR : EDIT/ DEL : REPLY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시간의 유한함 속에서, 유한한 시간 예술을 향유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이 유한성 때문에라도 우리는 부지런히 기억하고, 어쩔 수 없이 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시간의 영원한 운명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의견도 있네요~
이부분은 이영화가 가진 균형잡힌 주제와 소제의 관한 해석문제라고 생각해요.
2009/01/03 02:47 [ ADDR : EDIT/ DEL ]보통 '주제>소제' 가 되는데, 미쉘공드리가 그 주제를 쉽게 드러내는걸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기에 철저하게 감춰요. 그래서 영화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죠. 감독의 속마음이 분명히 보이지 않으니까요. 분명히 사랑보다는 기억이 더 큰 범주가 될 수 있으니 주제의 성격도 기억쪽으로 더 치우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랑의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죠. 회사의 사장과 비서와의 애정장면도 그렇구요.
결국 기억을 주제로 하고 소제로 사랑을 삼은 것 처럼 보이지만 사랑을 주제로 하고 소제를 기억으로 해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는 의미에서 이 글귀는 기억에 대해 쓴 말이로군요!
고맙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2009/01/14 10:40 [ ADDR : EDIT/ DEL : REPLY ]방금 이터널선샤인 보구, 인터넷 검색해 보니, 님의 글이 눈에 띕니다.
2009/01/27 01:11 [ ADDR : EDIT/ DEL : REPLY ]이거 퍼가도 될까요?
영화도 넘 맘에 들었지만, 님의 말이 내 생각을 정리해주듯, 맘에 꼭 듭니다.
퍼가셔도되요~:)
2009/01/27 19:01 [ ADDR : EDIT/ DEL ]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 -Friedrich Nietzshe
2009/01/27 01:18 [ ADDR : EDIT/ DEL : REPLY ]영화에 나온 이 구절, 사랑, 삶 너무 좋아. 그 한 가운데에 내던져진 사람의 운명이라니! 끔찍하게 불쌍하고 행복하지. 기억의 보관소인 스케쥴러에 저 말을 써놨다. 나중에 저 구절과 다시 함께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모두들 자신의 실수를 잊고 싶어한다.
2009/01/27 19:19 [ ADDR : EDIT/ DEL ]너의 평도 그렇고 위에 댓글 다시 분들도 그렇고
2009/02/05 13:11 [ ADDR : EDIT/ DEL : REPLY ]영화를 보고 이런평, 이런감정을 느끼기까지 얼마나 생각하고 얼마나 보는거야 .?
한번 보고 "재미있었다~" 라고 정의 한 내가 부끄럽네..
위해 알고 화제
2011/12/15 22:33 [ ADDR : EDIT/ DEL : REPLY ]